by 공
* 팬아트입니다. 호랑이의 어깨에 날개를 달았지만 그가 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대하지 않는다. 남자에게 달린 날개는 처음부터 깃털 하나 덮이지 않은 골조밖에 없었다. 그 골조엔 깃털도, 일말의 살점도 없었고 햇빛에 희어지도록 문지른 듯한 뼈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애초에 날 생각조차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날
식탐은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기야 어려울 게 없지만 세상에는 변명해도 되는 일과 그리해선 안 되는 일이 나뉘어 있었고 이타도리는 제 주장을 주장하기 전에 자신의 그 ‘변명’이 어느 쪽에 속해 있는지부터 판단해야만 했다. 과거 자신이 주술계에 있어 누군가 빚어놓은 그릇이었을 뿐 그럼에도 아무 존재도 아니었던 시절에, 최초에 그 시랍 같은 주물을
- 팬아트입니다. 씨네필이라면 모를 리 없는 영화이긴 하나, 관람 가능 연령이 되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지라 섣불리 보았느냐고 묻기는 어려운 영화를 연상한다. 물론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인 도박장―파친코에 들락거린 전적이 있는 소년에게는 가볍게 무시해도 좋은 제약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혼자 소파에 앉아 인형을 끌어안고 영화를 보던 소년은 이야기
10월의 마지막 밤으로부터 넉 달 하고도 스무여 일을 보내면 그 애의 생일이 왔다. 그러나 쵸소우는 무엇보다 먼저, 지금껏 동생의 생일 한 번 축하해주지 못한 형이라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침울해해야 했다. 선물은 그가 바라는 것으로 준비하여 주어야 할 텐데 쵸소우가 알기로 현재의 유지가 가장 바라는 것은 스쿠나의 죽음이었고, 켄자쿠 하나 당해내지 못하여 목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에 인간의 복심 아래 태어났던 어느 저주는 영혼의 형태를 조정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육신까지 덩달아 변이시켜, 끔찍이도 많은 인간을 끔찍하게 ‘저주’한 바 있었다. 그에 따르면 영혼과 육신 중 먼저 난 것은 영혼이라 영혼의 형태가 변하면 육신도 이를 따라가게 되는데, 반대로 육신의 변화에 영혼도 함께 영향을 받는지는 이타도리
상자는 비좁고 어두웠다. 구겨져 들어 있는 사람은 이타도리뿐이었다. 그가 자신이 갇힌 공간을 상자라고 표현한 이유는 어둠에 적응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을 때 그림자가 보다 짙게 낀 네 개의 모서리와 면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타도리는 자신이 상자에 갇힌 것을 알았다. 밖에서는 그것이 관으로 보일 줄은 알지 못했다. 관이라니, 이타도리는 죽
‘타인을 저주하지 않고 일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 세운 그 같은 가정을 따른다면 젠인 토우지는 타인을 저주할 수 없도록 태어난 사람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었다. 본인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표현이긴 하다만 저주의 동력을 주력으로 본다면 그는 타인을 저주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채 태어난 사람이었다. 천여주박에도 종류가 있거늘 하필 태어나기를 젠인 가
호명되는 이름이 본명이 아니란 이야기야 파다하지만 정작 그 본명을 아는 이는 없어 양면 스쿠나로밖에 불리지 않는 이의 생득 술식은 베어냄에 그 본질을 두고 있었다. 그에 따라 그는 무언가를 끊고 자르고 가르는 것에 일가견이 있었고, 단순한 만큼 복잡한 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술식은 강력했지만 파훼법 역시 간단한 편에 속했다. 요컨대 잘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스물여덟 살 청년이 옥문강에 갇혔다. 스물여덟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스물여덟이나 되었다고 해야 하나. 사실만을 거론하면 단지 스물여덟 살인 청년이었지만 ‘사실’이란 게 과연 중요한 건지 다소 불분명한 현실에서 청년이 상자에 갇혔다. 이 옥문강이라고 이름 붙은 상자는 발동 조건에서부터 사실의 위상을 흔든 주구였기에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주물에
삼심 제도와 일사부재리, 법에 관한 설명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했습니다. 삼심 제도라는 게 있다. 이것은 한 사건에 대하여 세 번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심급 제도를 말하며, 판결에 대하여 불복하는 자는 상소를 통해 판결의 재심사를 상급 법원에 신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히구루마 히로미가 이타도리 유지와 이 제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날은 그들이 처음
변호인은 한정된 예산과 인원수로 움직이고 검찰은 세금과 인력을 투입하여 증거를 잡아내는 방식으로 변호인을 상대한다. 검찰에 대응해야 하는 변호인의 처지에서 검찰의 대응은 괜찮을 것이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 역시 변호인 그들이 교만하다는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주어진 시스템에 따른 검찰 그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한다는
손목 밴드를 샀다. 고죠 선생은 어떤 낌새를 알아차린 것 같았지만, 평소 같이 ‘흐음’ 하고 목 울리는 소리를 낼 뿐 가타부타 말을 얹지 않았다. 제가 아직도 그의 통제 범위 안에 있는지는 시험해 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고, 굳이 나서서 시험할 생각은 들지 않기에 이타도리 유지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그대로 두기로 한다. 제가 아는 것은 제 안에 있는
* 팬아트 드린 연성: https://x.com/jjjjjjjjjnine/status/1737974429085536305?s=20 조명이 붉은들 남자의 눈이 제 앞치마에 튄 핏자국을 몰라 볼 일은 아무래도 없었다. 앞치마를 입었음에도 목, 팔, 얼굴까지 튀고 만 피는 제법 유감이었다. 이마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도 썩 깨끗하진 못하지만, 시
어느 날 이타도리 유지는 엄지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손을 제 엄지를 향해 내렸다. 나머지 네 손가락은 말아쥐어 손바닥으로 숨기고 엄지만 추어올려 들여다보는데, 칼에 베인 것처럼 실금이 난 것이 이타도리 유지의 생각으론 도통 언제 베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상흔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이타도리 유지는 그 사실을 잊었다. 본래 이러한 상처의 수복은 사람
‘스쿠나’는 생전 그 외양과 능력이 양면 스쿠나와 닮았다는 이름으로 붙여진 별칭이나, 그것이 제법 본인의 마음에 들었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딱히 부인하거나 정정하지 않은 고로 추후엔 정말로 그 자신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다. (강생 이전을 전생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전생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후생까지 그를 향한 뒤틀린 애욕을 숨기지 않는 요로즈도 그를 스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