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자국
거울 속에서 보이는 목 위로 난 잇자국이 형형했다. 야마토는 물이 묻은 손으로 목 위에 난 자국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선명하게 파여진 자국 위로 직접 손이 닿을 때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인다. 무식하게 짓씹으면 다인 줄 아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우습게도 정말 그게 다였다. 자신이 그걸 받아들였다. 피를 보지 않았지만 멍이 들 것 같았다. 약을 바르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그러기로 했다. 때로는 과해서 나쁘지 않다.
세수를 마치면서 야마토는 지난밤에 대해 떠올렸다. 자취방을 드디어 옮겼다면서 집들이 겸 그곳에서 술을 마시자고 했고 둘 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마셨다. 술에 약한 야가미 타이치는 당연히 취했다. 자신도 꽤 나른해졌었지만 침대 위로 거의 엎드린 녀석보다는 나았다. 새로 시작한 일의 불편을 쉴 틈 없이 토로하던 녀석이 조용해졌을 때 자리를 치우려고 일어나는데 갑자기 입을 뗐다. 야, 자고 가. 마침 주말이었고 이런 상태로 바이크를 타는 건 무리 같기도 했기에 야마토는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서랍을 뒤져 연고나 반창고 같은 것을 찾으면서 야마토는 자신과 타이치의 사이에 대해 생각했다. 둘은 성질이 발현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그렇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는 사이였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누군가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적합한― 유대가 있었고 그것이 야마토에게 타이치가 타이치로서 당연하게 만들었다. 야마토는 새삼스럽게 그 당연함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하다라는 건 원하는 것인가, 필요한 것인가. 서로의 냄새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야 돼. 이유 모를 생각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타이치가 다른 알파의 냄새를 한 번도 묻혀 온 적이 없는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종종 보이는 질 나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타이치는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어쩌면 운이 좋을지도 모르잖아. 모두가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도 돌아왔던 녀석이다.
서랍에 연고는 뜯지 않은 상자에 먼지가 조금 묻어 있었지만 새 것이었고 사용 가능한 일자는 아슬아슬했다. 야마토는 상자를 열고 연고의 입구를 뚫으면서, 타이치가 그런 일들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을 정정했다. 야가미 타이치는 세심하면서도 무심하다. 우리가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를 소외시킨다. 가끔 기운 없어 보이는 날에는 뭔가 일이 있었으리라 짐작하기만 하는 게 우리 일이다. 그래서 간밤에도 갑자기 제 목을 깨물었을 때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물어보지 못했다.
끈적한 연고가 닿을 때에 쓰라린 부분이 있어 그제야 상처가 났구나 알았다. 왜 물이 닿을 때는 몰랐을까. 야마토는 인상을 찡그리며 거울에 비친 상처를 괜스레 손가락으로 슬쩍 눌러 봤다. 눈에 보여도 현실감 없는 상처가 통증을 일으킬 때만이 진짜구나 싶었다. 야가미 타이치가 각인을 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
[야마레이] 조각글 모음
4,019자
야마키X레이카 CP 요소 함유. 개인 해석 주의. 트위터에서 돌렸던 진단 메이커의 소재를 토대로 적은 조각글들. 거의 첫 글 연성이기에 다소 미숙할 수 있습니다. 글에 따라 각각 작중 시점이 다릅니다. (1) 야마키와 레이카의 연성 문장 마음은 내가 알아서 움직일 테니까, 당신은 지금 있는 그대로 유지해줘요. #shindanmaker "오오토리
#디지몬#디지몬테이머즈#디지몬_테이머즈#야마키미츠오#야마키_미츠오#정종진#오오토리레이카#오오토리_레이카#야마레이#사내_상에서의_뒷담화19여기 이상해 1화
※ Omegaverse 세계관입니다. 불쾌하신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갑작스럽지만 한가지 말하자면.. 난 한번 죽은 적이 있다. 디지털 월드의 안정을 바라는자, 호메오스타시스 Homeostasis에 의해 아무 것도 모른체 디지털 월드에 떨어진 적이 있다. 그 세계는 처음 떨어진 내 눈앞에 펼쳐진건 인간이 아닌 디지털 몬스터 Digital Monster. 통칭, 디지몬 Digimon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했다. 그들은 인간을
#명탐정코난#디지몬#BL61크리스마스 레터
𝘾𝙝𝙧𝙞𝙨𝙩𝙢𝙖𝙨 𝙇𝙚𝙩𝙩𝙚𝙧
산타 할아버지께. 산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을 말씀드리는 것이 편지를 쓸 때의 당연한 예의겠지만 산타 할아버지라면 제 이름을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의 이름 정도야,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죠? 괜찮으실 거라고 믿어요. 산타 할아버지께서는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신다고 엄마가 말씀하셨
#디지몬20[디지어드02]머미아르 위주 연성 모음 (2023)R15
아래로 갈수록 오래된 연성입니다 ~타장르(서바이브,고스트게임)이랑 밑도끝도없는 패러디랑 있음
#디지몬#파워디지몬#아라크네몬#미이라몬#디지몬어드벤쳐02373야마타이 꿈 1
꿈에서 야마토는 무척이나 다정했다. 비 맞은 자신에게 하늘색 손수건을 건네주었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품에 안고 아이에게 장난을 치듯 웃으며 기우뚱거리기도 했다. 품이 따뜻해서 가슴 한켠이 간질거렸다. 당연하게 손을 잡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는 느낌은 남아 있었다. 잠에서 깬 타이치는 몽롱한 와중
#야마타이#디지몬46야마타이 진실
“진실 게임 하자. 대답 못하겠으면 마시기.” 야마토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화학 공학을 전공한다는 한 학번 아래의 여학생이 일주일 전에 자신에게 고백한 것에 대해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지 않았나? 성적도, 태도도 좋아서 그쪽 교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눈 여겨 보고 있는 학생이라는 것부터 원래 짧은 줄 알았던 머리가 저번 학
#야마타이#디지몬592야마타이 꿈 2
베란다에 걸어둔 야마토의 손수건이 바람에 따라 살랑거렸다. 바닥에 누워 만화책을 읽던 타이치는 작은 천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다가 읽던 만화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과 옷에 튀었던 초코우유를 급하게 닦아내고 손수건을 다시 건넸을 때, 야마토는 그것을 받아들고 아직 젖지 않은 부분으로 제 뺨을 문질렀다. 아침부터 정신 못 차리네. 장난기인지 걱정인지 모를 것
#야마타이#디지몬43마씨일가 봄나들이
꽃놀이나 갔으면
#파워디지몬#디지몬어드벤쳐02#아라크네몬#미이라몬#마일도#블랙워그레이몬#디지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