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주취

조각조각 by 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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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야마토가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는 건 누구도 보기 드문 경우다. 아니, 적어도 우리 중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과 단 둘이 있을 때도 취할 것 같다고 잔을 내려놓는 녀석이 겨우 대학 동기들 모임에서 이렇게 취했다고? 왜? 누가 자존심을 건드리기라도 했나? 어릴 때도 그랬지만 누군가 약점을 건드리면 쉽게 열이 오르는 면이 있다. 야가미 타이치는 야마토의 동기들―이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야마토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물 대신 술을 먹은 솜 같은 몸을 받쳐 업으면서 짧게 고민했다. 그러니까 대체 왜?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타케루가 아니라 굳이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는 점이다. 먼저 말하지 않지만 야마토는 자신에게 동생이 있다는 것을 숨기는 편이 아니다. 게다가 타케루는 야마토의 입학식에도 왔었다고 했고, 그렇게 생긴 얼굴은 주목 받기 쉽고 잊히기는 쉽지 않은 편이기 마련이다. 휴대 전화 단축키의 기능 따위를 생각해 보지만 자신이 1 번이거나 할 리도 없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잠금 화면의 보안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부터 의문이 든다. 그러고 보니 밴드랑 연관된 날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리와 관련 없던 숫자에 괜히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야마토는 밴드를 시작한 이래로 우리 중 가장 유명했으니 어쩌면 다들 쉽게 유추할 만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왜 자신에게 연락이 왔는지에 관한 것은 답이 나오지 않지만……. 아마 가장 최근에 연락한 사람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가장 그럴싸하다. 야마토는 은근히 직접 통화를 주고받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어제 밤에 과제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통화했었지.

무거워……. 5 분쯤 걷던 타이치는 곧장 후회했다. 집에 데려다 줘, 부탁해! 라며 고개를 숙이던 여학생의 말에 떠밀려 우선 업고 나오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다. 키도 자신보다 아주 약간 더 클 뿐이고 겉보기에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닌 것 같았다. 술에 취한 사람이 제일 무겁다던 말이 떠올랐다. 차라리 택시를 불러달라고 할걸. 잠깐, 그렇다면 처음부터 자신을 부르지 말고 택시를 부르게 했으면 됐을 문제 아닌가? 타이치는 야마토가 떨어지기 직전 급하게 고쳐 업으며 자신의 바보 같음에 짧게 탄식했다. 이제라도 택시를 부르자. 이대로라면 야마토의 집까지는 10 분을 넘게 걸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마토를 잠시 어딘가에 내려두든가 해야 했는데,

“야.”

타이밍 좋게 야마토가 깼다. 귓가에 닿는 새삼스럽게 낮은 목소리에 등골을 따라 소름이 끼쳤다.

“내려 줘.”

“어어, 마침 나도 너 무거워서 죽을 뻔했어.”

“토할 것 같아.”

야마토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번 휘청거리는 것 외에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발을 잘못 딛은 건지,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그 휘청임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타이치를 놀라게 하기는 충분했다. 화들짝 놀라 야마토의 어깨를 붙잡은 타이치는 야마토가 몸을 바로 세우기까지가 평소보다 느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굴 정면에 와 닿는 숨결에서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의 알코올 냄새가 났다. 그런 주제에 혀도 꼬이지 않고 얼핏 듣기에는 아주 멀쩡하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어쩌다 보니까. 너 왜 여기 있냐?”

“네 친구들이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불렀는데.”

“별…….”

야마토가 짧게 혀를 찼다. 술이 좀 깬 건가 싶었는데 타이치의 손에서 짐을 뺏어 들고는 걸을 때마다 휘청거렸다.

“이시다 야마토가 취하는 날도 다 있네.”

“시끄러워.”

“고민 있어? 형이 들어 줄까.”

“죽을래? 그냥 실수한 거야.”

불안한 걸음을 차마 보지 못하고 팔 아래로 능청스럽게 파고들어 어깨 위로 걸치는데도 평소와 달리 야마토는 밀쳐낸다거나 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만큼 깨지는 않은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원래 주사가 어떤지, 어떤 모습으로 취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확실한 건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말의 속도도 평소보다 느렸다. 진짜 아무 일도 없나? 타이치는 택시를 잡으려던 생각을 잊어버리고 야마토와 보폭을 맞추어서 걸었다. 평소에 야마토라면 진작 꺼지라고 했을 거리감인데도 얌전히 제가 하는 대로 있었다. 춥지 않은 날임에도 기대오는 무게감이 나쁘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매가 평소보다 유순해 보였다.

“평소에 내 이야기 자주 하나 봐. 너 취했다고 부른 게 타케루가 아니라 나인 거 보면.”

“뭐?”

“아르바이트 끝나자마자 전화 와서 받았더니 많이 취했다고 데리러 와 달라는 거 있지. 그보다 네 비밀 번호는 어떻게 안 건지 모르겠는데. 다 큰 성인 남성이 좀 취했다고 무슨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이시다 씨 혼자 보내기에는 걱정된다고 그러는 거야. 내가 와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무슨……. 아, 씨, 누가?”

“여자였는데. 그 자리에 여자가 한 명뿐이던 것도 아니라 모르겠어. 여전히 인기 좋네, 이시다 야마토는.”

정말로 아무 일도 없는 게 맞는가? 조용한 분위기를 날리기 위해 꺼낸 농담에 야마토가 입술을 짓씹었다. 뭔가를 중얼거린 입모양이 욕설 같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무슨 말들이 오간 걸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았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는 모습이 어쩐지 껄끄러워서 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토할 것 같다는 말이 마냥 거짓말은 아니었던 듯 문을 열던 야마토가 벽에 쿵 머리를 박았다. 우와. 처음 보는 모습에 타이치는 여러 모로 놀란 탄성을 내뱉으며 손에 있던 열쇠를 빼앗아 들었다.

“토할 거면 들어가서 해.”

대신 문을 열어 준 타이치가 야마토의 등을 떠밀려고 했다. 그 순간 야마토가 몸을 돌려 타이치의 팔을 잡아 당겼고, 불 꺼진 집안으로 타이치도 같이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입술 위로 무언가 말캉하게 닿았는데 더운 숨에 섞인 알코올 냄새가 마치 야마토의 숨결과 비슷해서…….

어?

타이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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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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